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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언덕 Revolutionary Pass

Function: Monument

Status: Paper

Year: 2026

달리기는 수렵 시대 인류에게 있어 최고의 재능이었다. 전신에서 땀을 배출할 수 있는 압도적인 냉각 능력과 이족보행의 훌륭한 연비 덕분에 동물보다 오래 달릴 수 있었다. 원시 인류는 이 능력으로 상처 입은 사냥감이 탈진해 쓰러질 때까지 추적했다. 땀샘이 발달하지 않은 대부분의 짐승들은 빠르지만 금방 지쳤던 것이다. 원시부족의 추격 사냥Persistence Hunting이 저문 이후로도 달리기는 여전히 실용적이었다. 마라톤의 기원이 된 아테네의 무용담처럼 통신을 위해 달리기도 했다. 말을 이용하면서 인간의 달리기 기능은 빠르게 대체되었는데 이 경향은 자동차가 대중화된 20세기 초에 이르러서 절정에 달했다. 이 때쯤에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달리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이후로도 인류의 일부는 실용과 상관없이 계속 달렸다. 경쟁을 하고 그걸로 돈도 벌었다. 쿠베르탱 남작은 이 경쟁을 제도화해 달리기 대회를 열기도 했다.

 

달리기로 수행하던 인류의 과업이 말을 지나 자동차에 이르렀지만 어떤 자동차들은 또 놀이를 위해 사용된다. 그런 자동차들이 보통 더 비싸다. 이 쪽도 대회를 연다. 운송하는 짐의 양이 아니라 운전하는 기술을 자랑한다. 실용에 복무하지 않는 기술이지만 그 자체로 찬양 받는다.

 

지금은 생산과 실용에서 벗어난 건축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달리기와 자동차가 그랬던 것처럼 인류는 언제나 길을 찾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건축가를 자유케 하리라. 인류가 실용을 벗어난 달리기에 몰두하고 그것으로 먹고사는 장르를 만든 것처럼 건축가들은, 실용을 기계에게 넘긴 이후에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앉아있을 것이다. 과업과 기술은 언제나 그렇게 만났고 건축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나저나 혁명의 언덕은, 결코 만날 일 없던 두 세대가 굳게 협력한 남태령의 그 날을 기리는 기념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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