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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집  House for All

Location: Somewhere in Metropolitan Area

Area: 84.74㎡

Function: House

Status: For Sale

Year: 2017

한국 사회의 주거문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도시의 삶에 지쳐 귀농의 원대한 꿈을 품고 모든 것이 자본으로 환원되는 부동산 시장을 경멸하기에 이르는 개인적 각성과는 별도로, 모두가 동의하는 한가지 원칙. 어쨌거나 평면은 아파트를 닮아야 한다. 비토 뒤에 숨은 욕심을 지적하는 수준의 얘기가 아니다. 아파트를 거부한다하지만 대안을 모른다. 한국 사회는 아파트 외의 주거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본 적이 없다.

아파트를 아파트답게 만드는 핵심은 거실에 있다. 한국사회의 가족주의는 보통 TV시청으로 그 기반을 다지므로 한쪽 벽면에 TV를 놓고 반대편에 쇼파를 놓는 극장형 평면은 필수이다. 브라운관에서 LCD로 발전하면서 가시거리의 기준이 바뀌자 평면의 깊이도 늘어났다. 거실의 가로세로는 그러니까 평균 가족인원이 나란히 앉아, 가장 대중적인 크기의 TV를 적당히 떨어져 보는 것으로 결정된다. TV가 평면을 지배한다. 세월이 흘러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TV의 지배력이 위협받고 있다. 각자의 방에서 자기가 원하는 컨텐츠를 즐기면 된다. 지상파 방송의 컨텐츠만 즐길 필요도 없다. 어차피 채널 선택권도 없고, 거실은 집안의 가부장이 자기 안방인냥 널부러져 차지한지 오래다. 각자 자기방으로 문닫고 들어가 자기 놀고 싶은대로 노니 동선의 중심을 점령해야 하는 가부장의 욕망이 좌절되어 통쾌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오늘의 거실은 여전히 집의 기능 중 가장 공적이고, 계속해서 극장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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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을 감시자의 탑이 아닌 가족 구성원의 공동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도리어 각 영역은 독립해야 한다. 현관에서 각자의 방으로, 다락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로로 쓰이는 동안 거실은 고유의 기능을 상실했다. 그리고 회복한 기능은 도시의 거실, 찻집과 닮아있다. 찻집은 시선을 뿌리는 장소가 아니라 시선을 받는 장소이다. 만인의 집 거실은 다락에서, 외부와 현관에서 감시당한다. 팬티만 입고 널부러지려면 스마트폰을 들고 각자의 방으로. 거실은 최소한 찻집 수준의 격식을 요구한다. 주택에는 서로 예의를 지키는 공공의 장소가 필요하다. 가족일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 예의가 없으니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진다.

극장이 그토록 그립다면 높은 층고를 활용한 빔프로젝터를 추천한다. TV 따위의 유사품보다 훨씬 더 극적으로 극장을 집에 들일 수 있다. 무슨 수를 쓰던간에 집은 이제 그만 TV에서 해방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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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규모 85㎡이하로 경제성을 추구한 집이다. 여기에 14.74㎡의 서비스 면적과 50.86㎡의 다락면적을 더하여 총연면적 150.34㎡의 풍부한 볼륨을 자랑한다. 방 3개와 다락을 통틀어 최대 6인까지 수용한다. 복닥거리는 환경에 거부감이 없다면 3대가 모여살 수 있는 환경이다. 주요구조체는 안전성, 경제성, 유지보수, 시공성, 가변성 등을 두루 고려하여 철근콘크리트와 경량목재를 섞어 구성했다. PVC시스템창호와 고운시멘트벽돌, VM징크가 외장에 적용되어 있다. 이 계획안은 수상건축에서 절찬리에 판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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